[부당노동행위 연재기획 (06)] 공동성명 오세윤 네이버노조지회장

[미디어오늘 정윤영 르포작가]

어느 사업장이고 노조가 생겼다고 하면, 으레 사람들은 묻는다. ‘노조 만든다고? 왜 무슨 문제 있어?’ 하고. 이제 질문을 바꾸어야 할 때가 됐다. ‘노조가 없다고? 거기 문제 있는 거 아냐?’ 라고. 올 4월, IT업계 최초로 노조를 설립한 네이버노조 지회장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제일 먼저, 가장 많이 든 생각이다. 네이버노조 지회장 오세윤씨는 스포츠를 좋아한다고 했다. 대학을 다닐 때부터 지금까지 쉬지 않고 야구동호회를 계속할 만큼, ‘네이버 스포츠’를 보는 게 일과 중 하나라고 이야기할 만큼 스포츠를 좋아한다. 그가 네이버에 입사한 것도 스포츠가 좋아서였다.

2015년 입사한 그는 네이버가 마냥 좋았다. 자신이 좋아하는 서비스를 직접 만든다는 생각만으로도 뿌듯했고, 자신이 만든 서비스를 누군가 즐긴다고 생각하니 큰 보람이겠다 싶었다. 자신이 일하는 곳이 크고 세련된 건물이라는 사실도 좋은 인상을 주기 충분했다. 그런데다 직급과 상관없이 서로를 00님이라고 부르는 것도, 책임근무제로 출퇴근이 자유로운 것도 마음에 들었다. 책임근무제가 모두에게 좋은 제도는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그 때만해도 노조는 그의 인생에 없던 단어였다.

열심히 일한 당신, 회사로부터 충분히 존중받고 있나?

세련된 공간과 자유로운 분위기가 주는 첫인상이 한 번에 깨진 것은 아니었다. 사람들이 기대하는 것처럼 노조를 만들 수밖에 없는 사건이나 특별한 계기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다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권위에 따를 수밖에 없는 경험을 반복했고, 책임근무제가 악용된다는 느낌을 종종 받았다.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누군가에게는 악용될 수도 있다는 사실이 그는 중요하게 여겨졌다. 실무자들이 사용자들 의견을 전달해도 어느 선에서 항상 막힌다는 느낌을 받았다. 실무자들의 목소리는 ‘그냥 흘러가버리’고 결정은 언제나 ‘위에서 지시’했으며, 그 지시는 잘못된 경우가 많았다. 수직적인 분위기는 ‘소통이 잘 되지 않는다, 회사가 점점 안 좋아지고 있다’는 안타까움으로 이어졌다.

▲ 네이버 사옥. © 연합뉴스

회사를 향한 안타까움은 박근혜 탄핵과 맞물려 네이버가 대중들에 뭇매를 맞게 된 것도 한 몫 했다. 오세윤씨도 다른 동료들도, 직원 개개인은 이용자들의 만족을 보람 삼아 일하는 사람들이다. 자기 자리에서 묵묵히, 정직하게 일하는 직원들까지 욕을 들어야하는 상황에 적지 않은 직원들이 상처를 받았다. ‘왜 우리가 욕을 먹어야하나’ 그는 속상하기만 했다. 그런 상황에서 여전히 일방통행하는 회사의 소통방식에 오세윤씨는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며 아쉬움을 전했다.

“회사가 하는 일들이 납득이 안 될 때가 많아요. 당연히 일에 집중이 안 되고 보람도 떨어지죠. 사람이 일을 해서 이윤을 내는 곳인데, 회사가 노동자 한 사람, 한 사람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건가 의문이 들었죠. 네이버에 뛰어난 사람, 일 잘하는 사람 정말 많은데 그런 능력이 제대로 발휘될 수 없다는 느낌이에요. 좋은 아이디어는 버려지고 소수의 결정으로 굴러가는 게 맞는 건가 싶었어요. 동료들이랑 술 마시면서 그런 얘기 많이 했죠.”

그럴 때마다 그는 속으로 어렴풋하게나마 노조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대로라면 직원들 불만만 커질 것이고, 가만히 있는다고 회사가 알아서 바뀔 것 같지는 않았다. 노조가 있어야겠다고 자주 생각했지만, 항상 생각만 하고 말았다.

파리바게뜨 보면서 노조 설립 다짐해

생각뿐이던 노조설립을 행동으로 옮기는 데에 대단한 계기가 있던 건 아니다. 그의 말처럼 직원들 대부분 비슷한 불만이 있었고, 어느 순간 임계점을 넘긴 게 계기라면 계기였다. 다만 문제의식을 느낄 때마다 노조를 생각할 수 있었던 건, 되돌아보면 ‘송곳’의 영향이었다. ‘송곳’이라는 만화를 보며 ‘노조라는 게 스며들 듯 각인’되었다. ‘송곳’으로 각인되어 있던 생각이 행동으로 옮기기까지 시작점이 된 계기는 더없이 분명했다. 노조가 있어야겠다는 생각에 불을 지핀 건 파리바게뜨 노조설립 소식이었다.

파리바게뜨 제빵기사들의 노조 소식을 들은 건 어느 팟캐스트에서였다. 파리바게뜨 노조 지회장이 방송에서 한 얘기들은 정의당 비상구에서 노동상담을 했다가 노조를 만들기까지 과정이었다. 내용은 달랐지만 제빵기사들이 일하면서 느낀 문제의식은 네이버 직원들도 공감하는 것이었고, 노조 설립을 앞두고 걱정했던 것은 오세윤의 고민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노조’라고 하면 전태일이라는 무거운 이름이 항상 따라다녔고, 언론에서 보여준 이마에 두른 빨간 띠와 과격한 투쟁 장면들이 먼저 떠올랐다. 그에게도 ‘부정적인 이미지가 당연히’ 있었고, 그 때문에 민주노총 가입을 고민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파리바게뜨 지회장 얘기를 들으니 ‘나도 (노조)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며 그는 말을 이었다.

“노조라는 게 특별한 사람들이 하는 게 아니더라고요. 노동운동하는 사람들이 만드는 게 아니라 그냥 평범한 사람들이 만드는 거구나,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때 마침 회사 사람들이 모인 익명게시판에도 노조 이야기가 나왔어요. 사람들이랑 같이 해봐야겠다 싶었죠.”

노조를 만들어보자고 몇 사람이 모였지만, 막상 뭘 해야 하는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아무 것도 모르는 백지상태’에서 파리바게뜨가 정의당 비상구를 찾아갔다가 노조를 만들었단 얘기만 떠올랐다. 인터넷이나 책을 뒤져봐도, 주변 어디에도 노조를 설립하는 방법은 나오지 않았다. 파리바게뜨가 그랬던 것처럼 비상구를 찾아가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었다. 올 해 1월 오세윤씨는 곧바로 비상구 문을 두드렸고, 노동조합 설립을 준비했다.

평생 노조라는 단어는 써 본 적도 없었고, 노조를 만들 거라고 상상조차 해 본적 없는 사람들이었다. ‘민주노총’이라고 하면 거부감이 드는 것도 부인할 수 없었다. 왠지 민주노총에 가입하면 ‘어딘가에 동원돼 시키는 대로 해야 하는 것 아닌가’하는 우려도 적지 않았다. 그런 걱정에서 산별노조가 아니라 기업별 노조를 하자는 입장도 없지 않았다. ‘민주노총에 대한 안 좋은 이미지 때문에’ 노조를 만들자고 모인 사람들 안에서도 의견이 엇갈렸다. 지금 생각하면 웃음만 나오는 얘기지만 사람들이 노동조합을, 그리고 민주노총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보여주는 단면이기도 했다. 동료들의 그 우려를 세윤씨는 간과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세윤씨와 동료들은 비상구와 함께 민주노총 화섬노조를 찾았다. 사람들의 우려를 그들은 잘 알고 있었고 민주노총에 대한 선입견은 대화를 하면서 점차 사라졌다. 현장에 있는 사람들, 조합원 의견이 중요하다는 화섬노조 말에 ‘같이 해도 좋겠다’는 신뢰가 생겼다. 산별노조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 세윤씨 의견에 동료들도 동의를 한 건 화섬노조가 보여준 신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연대의 힘’이 컸다.

“파리바게뜨 지회장님 만나보니까 평범한 분이더라고요. 민주노총이라고 머리에 뿔 달린 것도 아니고요.(웃음) 우리가 걱정하던 그런 느낌이 아니었어요. 대화도 잘 통했고, 같이 얘기하면서 선입견이 사라졌죠. 무엇보다 우리끼리 해서 될 일이 아니라는 걸 느꼈기 때문에 같이 하게 됐어요. 비상구나 화섬노조에서 저희를 지지해주고 도움을 많이 주시니까 조합원들도 생각이 달라지고 있고요. 그리고 노조라는 게 결국 연대의 힘인 건데, 여러 사람들이 같이 묶여 있어야 연대의 힘이 강해지잖아요. 그런 지점에서 동의를 한 것 같고요.”

조끼 대신 초록색 후드티, 노동조합 대신 공동성명

4월2일, 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산업노조 네이버 지회를 설립할 때 직원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충분히 존중받지 못한다는 불만과 잘못된 방향을 바로 잡아보자는 직원들의 의지는 세윤씨와 다르지 않았다. 설립 3일 만에 조합원 1000명이 넘었고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노조에 가입하고 있다. 네이버 지회는 수직적인 소통구조를 바꾸고 회사의 의사결정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라는 내용 등으로 교섭을 요구하며 활동을 시작했지만, 교섭이 순탄하지만은 않다. 노조를 대하는 태도는 회사가 직원을 대하던 시각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탓이다.

▲ 지난 4월2일 국내 최대 포털 사업자인 네이버(NAVER)에도 IT업계 최초로 노동조합이 생겼다. 디자인=이우림 기자. 사진=© 연합뉴스

오세윤 지회장은 그럴 때마다 교섭문제를 풀 수 있는 건 조합원뿐이라고 생각한다. 조합원 가입숫자도 중요하지만, 그는 조합원들이 스스로 활동하는 것이 노동조합의 핵심이라고 생각해 왔기 때문이다. 노조를 설립하기까지 3개월이 걸린 것은 노조 설립에 필요한 절차들을 준비하기 위해서기도 했지만, 동료들을 충분히 설득하고 더 매력적으로 다가가기 위해서기도 했다.

1월에 비상구를 찾았다가 4월에 노조를 설립하기까지 준비했던 시간은 그가 동료들을 이해하고 포용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노조의 잘못은 아니지만 노조에 안 좋은 이미지가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이유로 노조 가입을 꺼리는 동료들이 있다는 걸 부인할 수는 없었다. 더욱이 IT업계 처음으로 노조가 생기는 만큼 사람들이 우려하는 이미지가 아니라 새로운 이미지를 보여주고 싶었다. 민주노총을 따라다니는 선입견을 바꾸고 조합원을 이해하려는 고민은 그전까지 없던 새로운 노조 문화(?)로 이어졌다.

이름부터 달랐다. 네이버 지회는 노동조합 대신 ‘공동성명共動成明’이라는 이름을 새로 만들었다. ‘함께 행동하여 네이버를 깨끗하게 성장시킨다’는 뜻으로, 이름에 조합원들의 의지와 희망을 담았다. 노조 집행부를 간부라고 하지 않고 ‘스태프’라고 하는 건, 간부라는 단어가 혹시라도 권위적인 느낌을 주지 않을까 고민한 결과였다. 노조를 상징한다고 해도 좋을 조끼도, 조끼에 달린 펼침막이나 뱃지도 네이버 지회에선 보기가 어렵다. 펼침막 대신 공동성명이라고 적힌 조합원증 목걸이를 걸고, 조끼 대신 초록색 후드티를 입는다. 이미지와 디자인을 중요하게 여기는 조합원들의 취향을 고려한 결과였다.

▲ 지난 8월31일 이정미 정의당 대표 등이 국회에서 네이버 노조 ‘공동성명’의 오세윤 위원장 등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하고 노조의 기념품을 전달받고 있다. © 연합뉴스

새롭게 만든 홍보물과 색다른 노조 이름은 ‘이게 유행이 됐는지’ 최근 IT업계에 생긴 노조들 역시 회사의 특성을 살려 이름을 지었다. 게임회사 넥슨은 스타팅포인트로, 스마일게이트는 SG길드라는 이름으로 화섬노조에 가입했다. 새로운 이름으로 노조를 설립했다는 소식을 들으면 세윤씨는 고마운 마음부터 든다고 했다. IT회사들이 노조를 설립하면서 도움을 요청한 곳이 공동성명이었기 때문이다. 네이버를 따라 노조를 만드는 걸 보면 자부심이 생기지 않느냐고 물었다. 자부심보다 책임감이 더 크다는 답이 돌아왔다.

“새로운 이름으로 이미지가 좋아지고 이런 것보다 노조를 만들어서 성공해야 한다고 생각하니까 책임을 느끼는 것 같아요. IT에서 처음 시작한 노조인데 만약 잘 못해서 네이버가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하거나 하면, 이후에 생긴 모든 조합들이 힘들어질 수 있잖아요. 자부심보다 책임감이 더 크죠.”

오세윤 지회장은 조합원의 입장에서 이해하고 노조 안에도 있을지 모를 수직적인 분위기를 타파하고 싶어, 어떻게 하면 세련된 이미지로 다가갈까, 어떤 홍보물이 동료들 마음을 움직일까를 고민하고 노조에서 쓰는 용어보다 일상의 용어를 쓰려고 노력한다. 그런 그가 노조를 설립하면서 쓰기 시작한 단어가 있다. 노동자라는 단어. 써 본 적도 없고, 말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아직은 어색한 단어지만 노동자라는 말을 대신할 단어를 찾을 생각은 없다. 노동자라는 단어보다 더 적당한 말은 없고 그렇다면 ‘그게 맞는 표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결국 노조를 만들어서 해야 하는 것은 ‘회사의 파트너로서 인정을 받고, 중요한 축으로 뿌리를 내리는 것’이다. 그래야 회사가 건강해지기 때문이다. 회사가 더 건강해지고 잘 되는 것, 그게 노동자로서 노조를 만든 이유이고 노조의 성공이라고 그는 여러 번 되풀이했다. 성공은 임금인상이나 복지개선에만 있지 않다. 그에게 성공은 가만히 있지 않고 우리가 되는 것, 그래서 함께 행동하는 것에 있다. 노조가 성공할 수 있도록 가만히 있지 말자고, 더 많이 모이길 바란다고 그가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이다.

다만 공동성명이 앞서 걷기 시작한 만큼, 다른 노동자들이 용기를 낼 수 있도록 마중물이 되겠다고 말했다. 비상구의 도움을 받아 노조를 만든 것처럼, 이제는 도움을 주고 싶다고도 했다. 공동성명이 IT의 비상구가 되겠다고 포부를 밝힌 셈이다. 그의 포부대로 파리바게뜨 제빵기사들의 발걸음이 네이버로 이어지듯, 네이버의 발걸음이 또 다른 곳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서로를 이어주는 그 한 걸음의 힘으로 노동자가 걷는 길이 더 단단해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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