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IT·게임 업계에서 잇따른 노동조합이 설립되고 있다. 처음에는 인터넷 검색 포털 서비스 기업 ‘네이버(NAVER)’였다. 이때만 해도 그저 찻잔 속의 태풍으로 여겼다. 그 위력이 약해서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이야기하는 사람도 많았다. 한 기업의 특수한 상황으로 치부했다. 과연 그럴까. 불과 6개월 사이에 넥슨, 스마일게이트, 안랩, 그리고 가장 최근엔 다음카카오에서도 노동조합이 생겼다. 이 정도면 IT나 게임 업계의 노동조합 설립은 이례적인 현상이 아니라 이유 있는 태풍이다.

[세상읽기]네이버와 IT업체들의 노동 감수성을 묻는다

네이버를 비롯하여 이들 기업 모두 포털, 게임 등 정보통신 분야 선도 기업이다. 그런데 왜 노동조합이 만들어졌을까.

하나둘 살펴보니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무엇보다 좋은 직장일 것 같은 이미지가 잘 구축되어 있다. 임금이나 복지가 좋은 곳으로도 알려져 있다. 자유로운 직장 분위기, 유연한 근무, 능력에 따른 보상, 다양한 복지제도 등이 언론을 통해 알려졌기 때문이다. 구글이나 페이스북과 비교되는 국내 기업들이다. 대부분 대학생들이 취업하고 싶은 직장으로도 꼽힌다. 그런데 IT 업계 이직이 많다. 평생직장이라는 개념도 없다. 왜 그럴까.

무엇보다 IT·게임 업계의 과도한 장시간 노동 때문이다. 지난해 정부 조사 결과 10명 중 6명이 1주일 평균 60시간 이상 일하고 있었다.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살인적인 노동조건이다. 이 때문일까. 몇몇 게임업체에서는 직원들의 자살이나 돌연사도 있었다.

요즘 유행하는 IT나 게임 업계의 ‘크런치 모드’라는 것이 원인이다. 크런치모드(crunch mode)는 게임이나 프로그램 등 제품 출시를 맞추기 위해 야근과 특근을 지속하는 것을 말한다. 3개월 이상의 고강도 노동을 하다 보니 일상의 피폐함이 심각하다. 그간 연장·야간·휴일수당 등은 거의 지급되지 않았고, 임금체불은 추정조차 힘들다. 벤처정신, 열정이라는 이름하에 노동인권의 사각지대가 바로 IT와 게임 업체였다.

한 게임업체는 지난 수년간 엄청난 수익을 달성했음에도 불구하고 직원들은 인센티브도 받지 못했다. 일부 기업을 제외하고 거의 대부분, 직원들의 성과평가나 보상기준도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고 있다.

더 큰 문제는 항상적인 구조조정과 고용불안이다. 사실 IT·게임 업체 개발 프로젝트는 성공 확률이 10%도 안된다. 중간에 프로젝트가 중단될 때도 많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프로젝트 폭파’라는 표현도 쓴다. 그러다 보니 조직개편도 잦고, 조직 내 의사결정도 폐쇄적이다. 특히 프로젝트가 끝나면 대기발령, 전환배치, 권고사직 등을 강요하는 것이 일상화되어 있다. 이럴 때마다 “또 당했네!”라는 자조 섞인 말이 위안이라고 한다.

네이버는 40여개 계열사에 약 1만명의 인력을 고용하고 있다고 한다. IT 업계 특성상 2030세대 젊은층과 여성도 많다. 그러나 최근까지 네이버는 직원 건강검진이나 조회시간을 노동시간으로 인정하지 않았었다. 이런 상황들이 스스로 노동자로 인식하지 않았던 곳에서 노동조합이 설립된 계기다. 그러나 네이버의 노사관계 인식과 태도는 매우 실망스럽다. 회사는 지난 4월 노조 설립 초기부터 노조 활동에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다. 노동조합 활동을 위한 사내 메일도, 게시판 요구도, 강당 사용도 불허했다고 한다. 홍보물 배포와 같은 정당한 활동조차 제약한 것은 사실상 헌법이 보장한 노동기본권을 막은 것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지난 6개월 동안 교섭에 소극적이다가, 뜬금없이 비조합원이 참여한 TF를 제안했다고 한다. 이 정도면 노동법 81조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할 만큼 위법한 행위로 보인다. 회사 프로젝트가 실패하면 사람을 내보내는 회사, 평소 사내에서 직원 간 인사조차 하지 않는 조직문화, 실패의 과정을 인정하지 않는 회사들. 이런 현실을 바꾸기 위한 노력이 IT·게임 업계의 바람이라고 한다. 바로 회사는 이런 노동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이유다.

문득 엔씨소프트 노동자들은 안녕한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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