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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지회 #공동성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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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IT업계에서 노조를 만들고 달라진 것 - 시사인 2020.11.13


ⓒ윤현지 그림




“네이버처럼 좋은 회사에서 왜 노조를 하나요?” 노동조합 설립 후 가장 많이 들은 이 질문에 우리의 답은 한결같았다. “노동자가 있는 곳에 노조가 있는 것은 당연한 권리니까요.”


IT업계 노조 활동은 ‘노동 3권’이라는 노동자의 당연한 권리를 설명하고 설득하는 일의 연속이다. 드라마 속 IT산업 종사자들의 삶은 ‘자유분방함’이라는 한 단어로 축약된다. 주 52시간이 넘는 노동을 당연히 여기는 경영자들과 포괄임금제로 묶어 초과수당을 주지 않는 기업이 존재하는 현실은 지워진다. 회사 규모가 커지면서 수평적이고 자유로운 소통이 줄어들고, 경직되는 기업문화로 인해 쌓여가는 노동자들의 불만은 대표와 직원이 격의 없이 장난치는 장면 속에 가려진다. 이런 이미지 때문이었을까? 마치 IT업계에는 ‘노동’을 하는 ‘노동자’가 존재하지 않는 것 같았다. 사람들은 노조를 만드는 우리를 낯설게 바라보았다.


네이버를 포함한 IT업계 노조들은 헌법에 보장된 ‘노동자의 단결권’을 행사할 때마다 사람들로부터 무수히 ‘왜?’라는 질문을 받았다. ‘복지도 좋은데 무슨 노조야? 벤처 정신과 노조는 어울리지 않는데, 이직하면 되는데 왜 굳이 노조를 만들지?’




권고사직·포괄임금제 사라지게 한 IT업계 노조


혁신을 중시하는 기업에서 소통의 부재, 수직적이고 권위적으로 변하는 조직문화, 불투명한 성과 분배 등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문제점은 누군가에게는 배부른 투정이고, 노조를 만들기에 명분이 충분치 않다고 비춰졌다. 노동조합 설립은 노동자라면 누구나 누려야 할 당연하고 상식적인 권리인데도 말이다.




회사 측의 조정 거부로 쟁의권을 얻고 합법적인 단체행동권을 행사하는 중에도 노동조합은 IT업계의 쟁의행위를 낯설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를 깨는 것이 과제였다. 쟁의행위라는 용어조차 낯선 구성원들에게 노동조합의 목소리를 제대로 전달하려면 친숙한 이미지를 구축해야 했다. 궁리 끝에 우리는 ‘노조’답지 않은 아이템들을 동원했다. 막대풍선, 후드티, 야구 응원가 등. 노동조합 집회 현장에서 흔히 쓰는 ‘투쟁’이라는 단어 대신 ‘투명’과 ‘소통’이라는 단어를 쓴 것도 같은 맥락에서였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모든 노동조합 활동이 그렇듯 헌법상의 당연한 권리를 실현하는 과정은 극복의 연속이다. 공동성명을 포함한 IT지회 노조들은 구성원의 일상에 크고 작은 변화를 만들어내며 노동조합 활동을 당연한 일상으로 만들기 위해서 한 발짝씩 나아가고 있다.


일례로 첫 단체협약 체결에서 네이버지회는 전 직원을 대상으로 경영의 주요 현안 설명, 인센티브 지급 근거에 대한 설명 등 내부의 소통 문화를 건강하게 만드는 변화를 이끌었다. 이제 네이버는 물론 노동조합이 있는 IT업체에서 더 이상 권고사직, 포괄임금제와 같은 이슈는 되풀이되지 않는다.


불합리한 업무 지시와 강제 보직변경 등 열악한 고용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지난 9월 위메프에도 노동조합이 세워졌다. 이제 인터넷·게임업계에 ‘노조 불모지’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는다. 더 많은 IT 노동자들이 자신의 당연한 권리를 행사하기 위해 노동조합을 설립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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