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나는 늘 음지에 서 있었던 것 같다
개선하는 씨름꾼을 따라가며 환호하는 대신
패배한 장사 편에 서서 주먹을 부르쥐었고
몇 십만이 모이는 유세 장을 마다하고
코흘리개만 모아놓은 초라한 후보 앞에서 갈채 했다
그래서 나는 늘 슬프고 안타깝고 아쉬웠지만
나를 불행하다고 생각한 일이 없다
나는 그러면서 행복했고
사람 사는 게 다 그러려니 여겼다
쓰러진 것들의 조각난 꿈을 이어주는
큰 손이 있다고 결코 믿지 않으면서도
신경림 '쓰러진 것들을 위하여'
대내외적인 상황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을 수십 번도 더 쓰고 지웠습니다.
산다는 것은 때로는 속으로 조용히 우는 것이기에 5월의 편집장의 말은 시로써 대신 합니다.
'가난한 사랑 노래'로 우리에게 친숙한 신경림 시인이 지난 22일 향년 88세를 일기로 타계했습니다. 서정시인으로 더 친숙한 분들도 계시겠지만, 시인은 민중과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시'로 위로하셨습니다. 우리에게 남긴 시인의 마지막 시집에 수록된 시 속에서 시인이 삶을 대한 태도를 엿볼 수 있기에 플친 여러분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