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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노조 ‘주 32시간’ 요구…빅테크, 노동시간 단축 바람

네이버 노조, 단협 요구…배민·여기어때 등도 ‘주 40시간제’ 깨

지난달 4~7일 열린 사우디아라비아 최대 IT전시회 LEAP 2024 팀네이버 부스에 방문한 방문객들. 네이버 제공
네이버 노동조합이 ‘주 32시간 근무제’를 단체협약 요구사항으로 회사 쪽에 제시하면서 빅테크 업계에 불어오는 ‘노동시간 단축 바람’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야근수당이 임금의 결정적인 요인이 되거나, 업무는 그대로인데 근무시간만 줄면 노동 강도가 높아진다는 논란이 이는 업종과 달리 이미 ‘주 40시간 근무제’가 뿌리내린 정보기술 기업들에서는 ‘근무시간 단축=노동자 복지’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다.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네이버지회 ‘공동성명’이 올해 단협에서 주 32시간 근무제 도입, 복리후생 임의 저하 금지, 성과급 정보공개 등을 회사 쪽에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협상 대상은 올해 처음 교섭에 나선 네이버웹툰·스노우를 포함해 네이버·네이버클라우드 등 4곳이다.
네이버 노조가 단협 요구안에 ‘주 32시간 근무제 도입’을 포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노조 쪽이 ‘주 32시간 근무제’의 구체적인 실행방안까지는 제시하지 않아 노동시간 단축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선언적 차원의 요구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현재 네이버 직원들은 오전 6시~오후 10시 사이 8시간을 선택해 법정근로시간인 주당 40시간을 채우는 구조로 근무하고 있다. 네이버 노조 관계자는 “장시간 근무가 많은 정보기술 노동자들의 근무시간을 줄여나가야 한다는 큰 틀에서 방향성을 제시한 것이고, 앞으로 현실적 방안을 만들어 가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 40시간 미만’으로 근무시간을 단축해보려는 시도는 정보기술 업계에서 낯설지만은 않다. 외식배달앱 ‘배달의 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2022년부터 ‘주 32시간제’(주 4.5일제)를 도입했다. 월요일은 1시에 출근하고 5시에 퇴근한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구성원들이 가장 좋아하는 복지제도로 ‘주4.5일제’가 꼽혔을 정도로 반응이 좋다”며 “늦게 출근하는 월요일 오전엔 아이들을 학교에 직접 데려다주거나 밀린 병원·은행 업무를 볼 수 있어 일에 더 몰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아한형제들은 지난해부터 어떤 주는 22시간만 근무하고 어떤 주는 50시간씩 근무하는 선택적 근로시간제도 시행 중이다. 여행·숙박 플랫폼 ‘여기어때’ 운영사인 여기어때컴퍼니도 ‘주 37시간 근무제’를 운영 중이다. 월요일 오전 근무를 없애 전체적인 노동시간을 줄였다.
최근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흐름에 따라 기업에서도 주4일제나 유연근무제가 확산하는 추세다. 지난 1월 포스코는 2주 동안 하루 1시간 이상을 추가로 일해 총 80시간의 근무량을 채우면 2주차 금요일을 쉴 수 있는 ‘격주 주 4일제’형 근로시간제를 도입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6월부터 각자 필수 근무시간을 채우면 급여일인 21일이 속한 주 금요일에 쉴 수 있다. 에스케이하이닉스는 2주 동안 80시간 이상 일하면 휴가를 따로 내지 않고 한 달에 한 번 금요일에 쉴 수 있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